신기욱 "반중정서 고조로 한국 차기 정부서 대중정책 바뀔 수도"

입력
기사원문
정성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韓, 中의 문화제국주의에 반발…'안미경중' 패러다임 수명 다해"
"美, 높아진 한국 내 우호여론 이용해 동맹 강화 기회 삼아야"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한국에서 점점 고조되고 있는 반(反)중국 정서로 차기 행정부에서 대중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의 신기욱 교수 연구팀은 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최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의 복장 중 하나로 소개되면서 한국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한 뒤 이는 한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문화 전쟁의 최신 사례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한국인 1천여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26.5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30.7점)보다도 낮은 것이다. 미국에 대한 여론은 69.1%였다.

또 응답자의 42%는 한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는 것을 지지했다.

연구팀은 2021년 퓨리서치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반중 정서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라고 전했다.

일본(88%), 호주(78%), 미국(76%) 등 17개 선진국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77%)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그러면서도 한국의 반중 정서에는 남다른 점이 있다고 짚었다.

미세먼지, 황사 등 공기오염과 관련된 불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과 같은 강압적 조치 등 지정학적 갈등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문화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반감이 거세고, 젊은 세대가 반중 정서의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의 두드러진 차별점으로 연구진은 지목했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 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신 교수 연구팀이 벌인 설문조사에서 중국에 반감이 있다는 응답자의 과반인 55%는 김치·한복 등을 둘러싼 한중 간 문화적 충돌을, 62%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존중 결핍을 반감을 품게 된 요인으로 꼽았다.

또 2020년 퓨리서치센터가 설문조사한 14개국 가운데 한국은 유일하게 젊은 세대(18∼29세)의 반중 정서가 50대 이상 고령 세대보다 더 강한 나라였다.

신 교수는 이를 두고 젊은 세대가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적인 가치 속에 자라면서 반미 정서 속에 성장한 이른바 '586세대' 운동권보다 권위주의적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해 더 비판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런 맥락에서 한국의 반중 정서가 과거의 반미 정서나 여전한 반일 정서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일례로 1980년대에 특히 불거졌던 반미 정서는 한국의 권위주의적 독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지지에 대한 반발이었지 미국인이나 미국의 문화·제도에 대한 비판은 아니었다고 신 교수는 분석했다.

또 반일 정서는 식민지배란 역사적 경험에 뿌리를 둔 것으로, 최근까지 일본과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기는 했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일본 문화나 음식, 패션 등을 즐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중 정서는 중국의 문화 제국주의와 반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며, 중국을 배워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처럼 고조되는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정치과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봤다.

연구팀의 설문조사에서도 78%가 한중 관계에 대한 정책이 차기 대선 투표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연구팀은 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란 패러다임이 수명을 다했다고 분석했다. 설문 결과 이 관점에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43%에 그쳤고, 젊은 층에서는 38%로 더 낮았다.

중국은 한때 경제적 기회의 땅으로 인식됐지만 이런 인식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들은 중국이 한국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결국 이처럼 높아진 반중 정서는 한국에 들어설 새 정부에 중대한 외교 정책의 전환을 초래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신 교수는 또 미중 간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우호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한미 동맹 강화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 미국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대로 만나 동맹 관계 강화에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isyphe@yna.co.kr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